[이일화의 포토에세이] 비 갠 날의 오후, 서울

한양경제 2025-08-11 10:48:25
흙탕물 가득한 중랑천. 이일화

며칠 사이 서울에도 큰비가 내렸다. 
옛 같으면 큰비가 내리면 중랑천이 범람해 성수동과 상계동이 물에 잠기고, 곳곳이 물속에 첨벙이는 모습이 보일 텐데, 연천, 동두천, 의정부의 큰비에도 물이 빠져 금세 중랑천의 수위가 줄어들었다. 중랑천에 인접한 상계동의 수위 범람 소식은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흙탕물로 범벅된 중랑천 가로에는 주민의 안전을 위해 하천의 출입을 통제하는 방송이 연신 흘러나오고, 도봉구에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관들이 나와 하천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중랑천을 사이에 두고, 도봉구와 노원구 행정구역이 나눠지지만, 행정의 안정적인 모습이 구청장이 누구냐에 따라서 극명히 갈라지는 듯싶다.  

우리나라가 참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게 실감이 난다. 서울 시내뿐만 아니라, 전국 도시 하천의 정제된 천변, 주민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곳곳에 설치된 자동차도로의 긴 캐노피, 편리한 지하철,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주민을 위해 늘어난 생활편의 시설,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의 도입, 또한 도로 하나까지 미관을 살리는 변화가 눈에 보인다.  

중랑천의 자건거 전용도로. 이일화

먹구름 가득하던 하늘이 열리고, 늦은 오후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빗물로 씻어낸 중랑천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말 그대로 깨끗함 그 자체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말이 없이 맑은 모습을 띠지만, 큰물로 흘러 지나간 중랑천은 아직도 의정부에서 흘러온 흙탕물이 그대로 흘러내리고 있다. 

참 아름다운 서울! 어디 보아도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아늑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비 갠 날의 오후, 서울 풍경이다. 한 면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경기는 점점 어렵다고들 하는데, 나라가 너무 빚을 내서 사치를 즐기는 건 아닐까?  

수락산에서 본 비가 갠 날의 하늘. 이일화 

비 갠 맑은 하늘처럼,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도 빨리 걷혔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기 넘치도록, 모든 게 술술 풀리었으면 좋겠다. 비가 갠 늦은 오후, 푸른 하늘이 맑기만 하다. 모두가 용기를 얻고 힘을 내도록 하늘이 세상을 푸른 눈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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