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해저케이블 시장까지 확산하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시간 7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국의 해저케이블 사업 참여를 원천 차단하는 규제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해저케이블 수리·유지시에도 사이버·물리 보안 위협을 이유로 미국산 선박이나 신뢰받는 해외 기술의 사용을 권고했다.
이번 규제는 우선 통신용 해저케이블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향후 고부가가치 제품인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용 해저케이블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장비와 기술을 배제하는 이유가 보안 등 안보 위협 차단이기 때문이다.
HVDC 전력용 해저케이블은 해상풍력 단지에서 육상으로 전력을 이송하는 핵심 설비다. 교류 전력을 직류로 변환해 송전하기에 거리에 따른 전력 손실이 적다. 해상풍력과 국가 간 전력 연계 등에 활용되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보안의 중요도가 높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저케이블 자체가 해상풍력에서 끌고오는거라 미국 규제가 HVDC 방향으로 확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 해저케이블 성장 속 중국 견제에 국내 업체 기회
해저케이블 시장은 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국가 간 전력망 연계 확대 등과 함께 성장세다. 시장조사기관 펀더멘탈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해저 케이블 시장 규모는 2034년까지 연평균 5.8% 이상 성장해 537억4,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도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와 전력망 인프라 개선 등으로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 LS전선은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이 2025년부터 향후 10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30기가와트 설치를 목표로 설정하고 현재 15기가와트에 대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해저케이블 시장이 성장할 여건이 마련된 상태다.
여기에 시장조사기관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까지 해저케이블의 중국 비중은 8%로 31%인 미국에 비해 낮았다.
중국 업체들은 점유율이 낮은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확보에 나섰지만 이번 규제로 미국 시장 진출이 막혔다. 이에 중국과 경쟁하는 국내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보게될 가능성이 커졌다.
손현정 연구원은 “지금 중국의 케이블 비중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저가 제품 같은 경우 아직도 중국에서 나오는 부분들이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아예 배제한다면 국내 기업들도 기대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 미국, 중국 해저 케이블 시장 진입 차단 국내 업체 반사이익
시장에서는 미국의 중국 해저케이블 시장 진입 차단에 따른 국내 업체 수혜에 대한 기대감 반영이 이뤄졌다.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퇴출된 만큼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LS전선의 모회사인 LS의 종가는 이번달 7일 17만300원으로 전일 대비 0.06% 올랐다. 이번달 11일에는 17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한전선도 이번달 7일 종가가 1만6,480원으로 전일 대비 2.56% 상승했다. 같은 달 11일 종가는 17만원을 기록했다.
손현정 연구원은 “국내 업체 중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아 지금 상태로는 영향이 미미하다”면서도 “향후 미국 시장이 중국을 배제시키면 한국에 기회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에서는 LS전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중이다. 지난해 7월 LS전선은 약 1조원을 투자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미국 최대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해당 공장은 2028년 1분기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한전선의 경우 북미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다. 올해 4월 대한전선은 북미 해양풍력 및 해양 재생에너지 전문 컨퍼런스 ‘IPF 2025’에 참가해 525킬로볼트 HVDC 해저케이블 시제품을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공급된다.
국내 업체들은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LS전선을 제외하고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 차단을 기회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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